웰다잉이 웰빙이다,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2023.10.26

admin

호텔, 한옥, 야외 결혼식부터 스몰웨딩, 하우스웨딩까지. 요즘 결혼은 방식, 장소, 규모 등 여러 방면에서 참 다양한 것 같아. 그런데 중요한 예식 중 하나인 장례는 어때?


장례식을 생각해 보면 보통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다 끝나곤 하지. 작별👋을 위한 시간인데 엄숙함만 강요받는 경우도 많고. 정작 장례의 본질인 추모, 애도, 위로는 뒷전이 돼버려. 장례식도 결혼식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치를 수는 없는 걸까?😢


여기 장례의 본질에 주목하고 새로운 방식의 작별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김경환 이사를 만나 존엄한 죽음, 정직한 장례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들어봤어.

 

 

✅ 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

 

김경환 상임이사 사진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하 ‘한겨레두레’)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모여 바가지 없는 정직한 장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인간다운 삶, 존엄한 죽음을 미션 삼아 웰다잉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어요.

 

‘한겨레두레’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어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업 초기에 한겨레신문과 함께 ‘좋은 상조회사’를 기획했는데, 한겨레신문사가 사정상 빠지면서 이름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한살림생협이나 아이쿱생협 같은 방식으로 상조회사를 하면 좋겠다 해서 협동조합으로 시작했고요. 그러다 보니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겨레두레의 시작이 궁금해요🔍
30여 년 전부터 대형병원에서 장례식장 사업을 앞다퉈 시작했어요. 상조회사들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상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죠.

 

소비자들은 장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업체들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장례 현장에서 바가지와 업셀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과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계모임이라도 해서 괜찮은 장례지도사와 바가지 없는 장례를 치르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 내가 원하는 진짜 장례

 

채비장례 사진

 

3일장 외에 무빈소장, 1일장 등 다른 장례도 제공하신다면서요?🤔
한겨레두레는 창립 당시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나는 불합리한 장례 시장을 정화하는 것, 또 하나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드는 거였어요.

 

기존의 장례는 공급자인 장례업자 중심이라 획일적이에요. 장례식장 가서 빈소 차리고 조문객 문상 받고, 상조회사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죠.

 

3일장 말고 1일장을 하면 안 되나? 장례식장 아닌 카페에서 장례식을 하면 안 되나? 음악이 흐르고 고인의 생애를 담은 영상을 시청하고, 고인에 대한 추억담을 나눌 수는 없을까?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접객이 아닌 추모 중심의 채비장례를 시작했어요.

 

우리 사회는 더 이상 3일장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1인 가구가 늘고 있어요. 또 조직 노동보다는 프리랜서 노동이 증가하고 있지요.

 

예전처럼 수백 명의 조문을 받고 고비용을 치르는 장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채비장례는 시대 흐름에 맞고, 소비자가 저비용으로 다양한 형식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이에요.

 

친환경 장례, 성 평등 장례를 추구한다고 들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얼마 전 채비장례를 치렀는데 딸만 일곱인 집이었어요. 일곱 명 모두 상주를 하신다 해서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나이 든 사위들은 자신들이 상주를 해야 한다고 항변했지만 딸들은 “우리 엄만데 우리가 해야지”라며 상주를 했어요.

 

병원 장례식장에 가면 상조회사에서 파견된 장례지도사가 상주를 찾습니다. 딸만 있는 집이면 사위를, 사위도 없다면 삼촌을 찾습니다. 얼마나 이상한 일입니까. 여성 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장례식장입니다. 이제 바뀌어야죠.

 

한겨레두레는 친환경 장례도 추구합니다. 3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고인이 유언으로 조화를 받지 말고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상조회사에 의뢰해도 거절당할 수밖에 없었죠. 해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고 번거로우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급하게 남대문시장에서 다회용기를 공수해 음식을 제공했고, 유족들은 자원봉사자를 모아 설거지를 했습니다. 일회용품과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장례식장입니다.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채비장례만의 특별한 점✨을 소개해 주세요.

채비장례는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릅니다. 비용도 3일장에 비해 획기적으로 적고요. 지금까지 30여 차례 채비장례를 치렀는데 모두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채비장례 사진

 

채비장례는 고인을 병원에 안치하고 유족이 추모식 일정을 정해 충무로에 위치한 ‘공간 채비’에 와서 하루 또는 반나절 추모의 시간을 가지며 지내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채비에서 개발한 유품정리용 ‘채비함’에 담은 유품을 테이블에 전시하고 고인의 일생을 담은 영상을 상영합니다. 고인에 대한 소개와 장례 일정이 담긴 소책자 ‘조문보’도 나누구요. 메모리얼 트리에 고인에 대한 마지막 인사의 편지를 걸고, 다과를 먹으며 추억을 얘기합니다.

 

한 시간 정도의 추모식을 진행하며 유족과 지인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합니다.

 

어떤 분들에게 채비장례를 추천👍하시나요?
모든 분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은 분, 기존의 장례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 분, 고인을 기억하는 지인들끼리 추모하고 싶은 분, 1인 가구나 여성들. 모두에게 권합니다.

 


✅ 어디서나 추모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추모관 캡처 사진

 

메타버스 추모관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온라인🖥️에 추모 공간을 만든 이유가 뭔가요?
우연히 기술자분들과 만나 온라인 추모관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위안이라는 업체인데, 그분들은 기술력을 갖고 있고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은 공간과 콘텐츠를 갖고 있습니다.

 

이 둘이 만나 지금까지 어떤 온라인 추모관보다 진화한 채비 추모관을 제작했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요. 고인의 사진, 영상, 텍스트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고 실제 장례식장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도 조문이 가능하고 위로의 말씀을 보낼 수도 있어요. 앞으로 널리 활용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온라인 추모의 장점🌟과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록, 보존,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오프라인 장례는 3일 만에 끝나지만 메타버스 추모관은 영원히 기억할 수 있어요. 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죠.

 

앞으로 온라인 추모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요🧐
저는 장례에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도와 추모의 마음만 있다면 온라인에서 하든 작은 공간에서 하든 상관없어요. 건강하실 때 생전 장례를 해도 좋고, 가족끼리 집에서 해도 좋습니다. 

 

장례에 정답은 없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의 추모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추모의 개념이 지금은 생소할지 몰라도, 곧 익숙해지고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채비학교 사진

 

죽음을 공부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채비학교🏫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2천 여 건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분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걸 봤어요. 층격과 슬픔 속에 경황없이 장례를 치르다 보니 상실감과 공허함에 시달리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죽음과 장례에 대해 미리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례를 준비해야 하는 분, 장례에 대해 알고 싶은 분, 죽음을 공부하고 싶은 분. 모두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 유익한 프로그램입니다.

 

채비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채비학교는 ‘당하는 죽음이 아닌 준비하는 죽음’을 사명으로 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예비 상주 학교, 채비함 교육, 그림책 죽음 공부 등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생명은 탄생하면 죽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함께 나눕니다. 한 번 뿐인 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 기회를 가져요.

 

죽음을 공부하면 삶이 더 소중하고 풍부해집니다. 죽음은 막연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섭리입니다. 외면한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삶의 태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존엄한 죽음, 투명한 장례 문화

 

채비장례 사진

 

한겨레두레를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한😊순간은 언제인가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6평 남짓한 공간에서 장례를 치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살아서 차별과 소외에 시달렸던 분의 죽음을 지원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나 죽음 앞에서 평등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한겨레두레는 작은 협동조합이지만 사회공헌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돈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분들의 장례도 지원하고 있죠.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분들께 장례를 지원했고 앞으로도 하려 합니다. 

 

한겨레두레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겨레두레의 미션은 인간다운 삶, 존엄한 죽음입니다. 장례 걱정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앞으로도 미션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겨레두레 협동조합은 척박한 사회적 경제 환경에서 기적처럼 자생한 협동조합입니다. 전국 70여 개 상조회사 중 유일한 협동조합이며 정직하고 투명한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2천 여 건의 장례를 클레임 없이 치렀고 3,500명의 조합원이 조합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이 커지면 의미 있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이 되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죽음과 장례, 이제 채비에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