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계속된다, 수리수리협동조합 이승근 장인
2022.09.21

admin

장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수리수리 마수리🧙‍♂️~ 마성의 매력쟁이 같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특별한 기술과 매력을 가진 사람이잖아.

 

요즘은 장인보다 ‘파이어족’이 돼 빠른 은퇴와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평생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근사한 일이 아닐까 싶어🥰 

 

 

올해로 오디오 수리 60주년 맞은 이승근 장인은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이 자리에서 오디오 수리를🔧을 시작했어.

 

하루하루 꾸준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승근 장인의 이야기가 가슴❤️‍🔥깊이 와닿을 거야!😉 

 

 

안녕하세요 장인님!🤗 언제부터 수리🔧를 좋아하셨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죠. 제 고향이 성북구 돈암동인데요. 그때는 서울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이에요. 주말에 전차비도 없이 청계천 인근까지 걸어와 전자제품 부속들이 아주 신기해서 주우러 다니곤 했어요.

 

그 이후에 공업학교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수리 일을 배우게 됐어요.

 

 

세운상가를 세운 진짜 토박이신거예요?!😮

세운상가가 생기기 전부터 청계천에 진열장 하나 갖다 놓고, 뭣도 모르고 수리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여기를 떠나려야 떠날 수 없죠.

 

 

장인님의 인생 좌우명🛣️이 궁금해요.

제 좌우명은 '마이웨이'예요. 내가 갈 길은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스스로 나의 길을 생각하고 깨우쳐야죠.

 

 

저는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조언을 조금만 해주세요🙌

살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 안되는 게 많아요. 누구나 한 번 쯤 좌절하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해요.

 

저도 힘든 시절을 살아왔기 때문에 자식들한테는 그렇게 살라고 차마 얘기 못해요. 그래서 청년들한테 어떻게 하라고 조언하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해줄 수 있는 말은, 목표를 하나 세웠으면 그 목표를 향해 건실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척해 나가면 좋겠어요.  물론 쉽진 않지만요.

 

오디오 수리의 과거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빈티지 오디오 수리를 배우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물건이 고장 나면 고치는 게 아니라 아예 바꿔버려요. 오히려 새로 사는 게 값싸요.

 

빈티지 수리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의 경제생활이 되겠어요? 저도 60년 경력이 돼서 이만큼 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어느 시대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목표를 세워서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자기 주관대로 사는 게 제일 현명할 거예요.

 

 

요즘 빈티지 오디오를 찾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굉장히 좋아요. 젊은 사람들을 상대한다는 자체가 즐거워요. 빈티지 오디오나, LP 턴테이블에 관심 가지는 모습이 제 젊은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뿌듯해요.

 

 

부모님👩‍❤️‍👨에게 오디오를 물려받아서 오는 경우가 많나요?

한 60% 정도 돼요. 살기 어려웠던 시절엔 라디오나 전축이 집의 재산목록 중 하나였어요.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부모님들이 나이도 들고 하니까 오디오를 사용하지 않게 됐죠.

 

그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하게 되면 자식들이 오디오를 고치러 오곤 해요. 사연이 있는 오디오는 굉장히 신경을 써서 고쳐요.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니까요.

 

 

기억에 남는 수리🔧 사연도 많을 것 같아요.

저희 조합의 모토가 '추억의 물건을 고쳐드립니다'예요. 60-70년대 독일로 광부, 간호 일을 하러 파견 간 분들이 많았어요. 거기서 돈을 모아서 귀국할 때 라디오나 앰프를 사갖고 왔단 말이에요.

 

언젠가 이게 고장 날 거 아니에요. 고장 난 오디오를 고쳐주었더니 아버님께서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좋아서 춤도 추고 그러셨다는 손님의 후기를 들었어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 참, 살만하네’ 수리하는 사람으로서 긍지가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오디오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리가 나면 다 좋은 오디오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옛날 오디오들을 좋아하죠. 아무래도 소리가 다르니까요.

 

소리가 빛과 참 비슷해요. 옛날 소리는 노오란 백열등처럼 아늑하고 따뜻하게 들리잖아요. 요즘 쓰는 디지털 오디오는 환한 백열등처럼 밝아요. 마치 달빛 같아요. 달빛은 밝기는 해도 차가워 보이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음악은 장인 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 음악 한번 들어보세요. 팝송이 됐던 가요가 됐든 애절한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몸으로 듣는 거예요. 몸에 ‘쿵' 하고 닿아야 돼요. 그래야 음악 듣는 기분이 나요. 그 소리를 내주는 게 바로 이 오디오잖아요.

 

기계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소리 전달이 된다는 데 의미가 있죠. 클래식이 됐던 가요가 됐던 소리 자체가 즐거운 거예요.

 

 

수리수리협동조합🎇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2015년 추억과 사연이 있는 전자제품을 고쳐주는 워크숍 ‘수리수리얍’을 진행했어요. 5개월 동안 수리 요청 1백여 건을 접수해 제품을 70건 수리할 정도로 호응이 컸던 게 기억에 남아요.

 

기계 고치는 직업이다 보니까 여럿이 업무분담이 돼서 편해요. 그 당시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사업하는 젊은이들이 세운상가에 많이 들어와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한번 협동조합을 해보자고 했어요.

 

내가 나이를 제일 많이 먹었으니까 대표를 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이사장까지 맡게 되었네요.

 

 

그 뒤로 세운상가의 셀럽🌠이 되셨어요!

그렇게들 얘기할 땐 흐뭇하더라고요. 제가 45년생 닭띠인데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겪어왔잖아요. 60년 동안 오디오 수리를 하면서 말년에 한번 이름 날리는구나.

 

아니, 나 같은 사람을 누가 방송사,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해가겠어요. 가끔은 자화자찬도 즐겁잖아요.

 

그럴 때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요.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계속된다는 뜻이에요.

 

 

장인정신🛠️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집념이에요. 책임감을 가지고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이어나가면 다 장인이라고 생각해요. 장인이라는 게 특별히 무엇을 잘 만들어가 아니라 한 가지 물건을 오랫동안 버리지 않고 물건을 이어나간다는 의미도 있어요.

 

이전에는 장인 정신을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는데 세월이 쌓이면서 점차 대접을 받는다는 게 일종의 변화가 온 거예요.

 

끝으로, 60년씩이나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특별한 원동력은 없어요. 그저 좋아한다는 그 이유 하나예요. 그게 여태껏 원천이 된 거예요. 싫으면 곧 여든을 바라보는 사람이 그 먼 데서 여기까지 매일 다니겠어요.

 

좋아하는 이곳이 제가 일하는 즐거움이 있는 장소이자, 안식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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