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대신 다회용으로 주방을 채웠을 때 벌어지는 일
2021.12.30

admin

 

일회용 대신 다회용으로 주방을 채웠을 때 벌어지는 일

 

요즘 에디터 J의 일과 중 가장 고심되는 일이 있다면 바로 ‘밥🍚’이에요. 코로나 걱정에 매번 나가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배달 음식으로 근근이 연명하자니 만만치 않은 생활비가 들었거든요💸 짜고 매운 밖의 음식을 먹고 난 뒤 손발이 붓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는 점도 걱정스러웠고요. 결국 꾸준히 집 밥을 해먹기로 결심한 것까진 좋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문제의식에 직면하게 됩니다. 알게 모르게 엄청난 일회용품을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거죠. 장바구니 없이 다니느라 매번 집에 수북한 종량제 봉투를 사들이는 것까진 좋다 이거예요. 

 

그런데 조리해 먹고 남은 잔반이며 식재료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위생 봉투와 랩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그뿐인가요? 가스레인지나 식탁에 이런저런 국물이 튀기 쉬운데 그때마다 툭툭 일회용 티슈를 뽑아 써 버렸으니 정말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죠. 어느 날 쓰레기통을 비우다 종량제 봉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품목이 일회용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에디터 J는 가능한 선에서 주방용품을 다회용으로 바꿔보고자 결심합니다. 과연 어떤 품목을 어떤 제품으로 대체했을까요? 
 


 

다시 찾은 신세계, 더피커

 

 

지속 가능한 주방 용품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더피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어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이곳에서 ‘세상에 이런 것도 있었어?’ 싶은 제품들을 모두 구경할 수 있었거든요. 커피 찌꺼기로 만들어진 100% 자연분해 연필, 알약처럼 생겨 불필요한 쓰레기가 남지 않는 고체치약, 몇 번이고 가루 잎을 담아 차를 우려낼 수 있는 재사용 삼각티백 등 신기방기한 친환경 제품들이 많았답니다.

 

 

더피커에서는 과도한 쓰레기를 유발하지 않는 착하고 미니멀한 제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 판매하고 있어요. 2016년 선릉역 테스트 매장에서 출발해 그간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 입점해 고객을 만났고 현재는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죠.

 

과도한 포장, 쓰레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관찰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을 제시해온 더피커는 그간 환경부 녹색소비확산 정책 자문을 맡는가 하면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등과 협업해 관련 강연을 진행하는 등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답니다.

 

이런 배경을 파악한 뒤 판매하고 있는 물건의 면면을 살펴보니 무엇이든 예사로 보이는 게 없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하나씩 다 써보고 싶었지만 가장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몇 가지 품목을 대체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답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샤핑을 끝낸 뒤 정확히 이틀 만에 택배가 배송됐어요.

‘제로웨이스트’ 업체의 발송답게 그 흔한 비닐 포장조차 없었죠.

정말 담백하게 물건만 들어있는 택배 박스를 보니 오히려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천연의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 많은 만큼 모두 미색의 계열이었는데 모아놓고 보니 여리여리 예쁘죠. 에디터 J는 이번 쇼핑에서 가능한 일회용품을 다회용으로 바꿔보는 데 초점을 뒀어요. 그래서 합성 수세미 대신 천연수세미, 쇼핑백 대신 에코백, 물 티슈 대신 면 행주 등을 골라봤죠. 특히 음식물의 보관에 다량의 쓰레기가 발생했던 만큼 2가지 아이템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어떤 제품인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소개할게요!


 

 ✅ 비닐봉지 다 비켜! 실리콘 지퍼백 실리팟 

 

 

말랑말랑한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하는 요 녀석은 실리콘 지퍼팩이에요. 그냥 실리콘이 아니라 백금으로 만들어진 고가의 경화제를 사용한 ‘플래티넘 실리콘’이죠. 일반 실리콘보다 뛰어난 내구성과 복원력을 가진 게 특징인데, 음식을 보관해도 냄새가 남지 않아 값비싼 어린이 용품에 주로 쓰이곤 해요. 이 제품을 보자마자 솔깃했던 건 부끄럽지만 에디터 J가 위생 봉투 사용을 남발해왔기 때문이에요. 사용하고 남은 야채를 보관할 때도, 먹다 남은 피자를 냉동실에 넣어둘 때도 언제나 위생 봉투를 쭉 뜯어 내용물을 넣은 뒤 대충 둘둘 말아 냉장고에 집어넣기 일쑤였죠. 유레카🤩 실리콘 지퍼팩을 보는 순간 유레카를 외쳤죠.

 

 

💪직접 받아본 지퍼백은 확실히 견고했어요. 어지간한 힘으로 당겨봐야 절대 찢어질 리가 없을 듯 했고 특히 지퍼백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완벽한 밀폐력이 마음에 들었어요. 안에 물을 넣고 입구를 여민 다음 거꾸로 흔들었는데도 물 한 방울 새지 않더라고요.👍 국물을 담아 보관하기에도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바닥 면이 넓어 안정적으로 서 있는 데다 지퍼백 끝까지 벌어지는 개방형 입구를 차용해 액상 타입을 넣고 보관하기가 아주 용이한 구조였습니다. 쉽게 열고 닫히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혹시 작은 압력에도 툭 터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요 지퍼백 양 끝까지 고르게 압력이 분산되도록 설계해 어지간한 힘으로 눌러봐야 끄떡없었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지퍼팩 그대로 하나의 ‘그릇’이 되는 점이었어요. -40도~ 250도까지 사용이 가능해 그대로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넣어 조리할 수 있는데 혼자 사는 자취생에겐 이것만큼 편리한 게 또 없죠. 엄마 표 죽을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 해동하면 이제 필요한 건 숟가락뿐. 세상에 이보다 더 간결한 보관이 있을까요? 🙉

 

 

터지지 않는 한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고 환경 호르몬이나 일회용 남발에 대한 우려가 없어 에디터 J는 마음에 쏙 들었는데요, 가방에 넣고 다니며 간단한 과일 등을 보관해도 좋고 여행 시 자칫 내용물이 새기 쉬운 화장품 샘플을 보관하기에도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이즈나 컬러를 좀 더 다양하게 구비해 둘 계획이에요.

 

 

 ✅ 투명랩 다 비켜! 다회용 밀랍 주방랩

 

 

집밥을 하기 시작하면서 위생 봉투만큼이나 남발하게 되는 품목이 있었으니 바로 투명랩이었어요. 
샌드위치 한 조각, 주먹밥 한 덩이, 과일 몇 조각 등 애매하게 남은 음식을 당장 감싸두기에 투명랩이나 쿠킹호일만 한 게 없었죠. 이를 대체할 품목을 찾다 ‘다시 쓰는 그랩’이라는 신기한 아이템을 발견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천연랩쯤 되는데요, 직접 받아보고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피커 홈페이지


이 뻣뻣한 종이(?)가 정말 랩이 된다고?

 

 

의구심을 가진 채 먼저 빵을 감싸 보았어요. 겉으로 볼 땐 빳빳한 종이에 가까워 괜히 부러지는 거 아니야? 싶었지만 이리저리 말고, 접고 하다 보니 손의 온도에 따라 조금씩 부드럽게 형태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죠.

 

더피커 홈페이지

 

이 랩은 면 원단에 밀랍을 먹여 만드는데 밀랍은 🐝벌집에서 채취하는 동물성 ‘고체밀랍’이라고 해요. 양초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데 이 랩의 경우 쫀득한 접착 효과와 발수 기능이 있어 공기와 습기로부터 음식물을 보호하는 원리죠. 참고로 이 랩에 쓰이는 밀랍은 식용 등급의 안전한 물질이니 안심하세요! 에디터 J가 꼼꼼히 빵을 감싼다고 감쌌지만 끄트머리가 들떠 고무줄로 한번 감아 놓았는데요, 이후 5시간이 지나 다시 빵을 꺼냈을 때 그 촉촉함이 처음 그대로라 솔직히 좀 놀라웠어요.😳 건조해지기 쉬운 바게트의 특성상 조금만 공기에 노출돼도 금방 빵이 말라버리는데 처음 상태 그대로 수분감을 유지하다니 새삼 ‘밀랍 랩’의 성능에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

 

 

재미 들린 에디터 J는 국이 남아 있는 냄비를 감싸 보았어요. 사실 뚜껑이 깨져 잘 사용하지 않았던 냄비인데 이렇게 위에다 랩을 덮어 손으로 지그시 눌러가며 형태를 잡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냄비 모양대로 밀착되는 느낌이었어요. 이대로 냉장고에 넣어뒀다 다시 국을 데워 먹었는데 실제로 냉장, 냉동 보관이 가능해 음식 보관이 훨씬 더 용이했죠. 다만 전자레인지나 오븐 사용은 밀랍을 녹일 염려가 있어 불가능해요. 랩의 세척도 생각보다 쉬웠어요. 친환경 세제로 살짝 닦아낸 뒤 흐르는 물에 헹구면 끝. 건조가 끝나면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해도 좋은데, 최소 6개월 이상 그 효과가 유지된다고 해요. 또 노화된 부분에 다시 밀랍을 칠해두면 사용 기한이 더 늘어난다고 하니 함께 판매 중인 리페어 블록을 구입해 사용해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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