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즐기는 전국 방방곡곡 양조장 투어 (a.k.a 전통주 구독)
2021.12.01

admin

 

🍶집에서 즐기는 전국 방방곡곡 양조장 투어 (a.k.a 전통주 구독)

 

 

 

마지막 보기에서 예상하셨겠죠. 이 테스트엔 과학적인 근거 같은 건 전혀 없다는 거. 그래도 취향은 분명히 알게 되지 않으셨나요? 저는 단연코 4번이거든요.😙


워낙에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름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어느 겨울, 목포 여행을 갔다가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는데 백 년이 넘은 한옥을 개조한 곳이었죠. 한옥 한가운데 마련된 비닐하우스 라운지에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데, 맘씨 좋은 여행객 한 분이 조용히 다가와 뽀얀 탁주 한 병을 건네주시는 게 아니겠어요. “오늘 해남에 있는 양조장에서 사온 술인데 다 먹긴 어려울 것 같아서 나눠드린다”는 배려 깊은 말과 함께요. 얼마나 맛있는 술이길래 땅끝에 있는 양조장까지 다녀오셨을까 하는 궁금증은 한 모금 넘기는 순간 바로 사라졌어요.🤣

 

해남의 비옥한 땅과 뜨끈한 바람이 그대로 담긴 듯 진한 맛. 거기다 건네준 이의 온기까지 더해졌으니 얼마나 맛있었게요? 해창 양조장의 생 막걸리. 그게 그렇게 귀한 술인 줄은 나중에야 알았지만요. 그때부터 시작된 건 분명해요. 양조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말이죠. 그런데 우리 서라비들 혹시 알고 있나요? 우리나라에 각기 다른 매력의 양조장들이 1200곳이나 있다는 거! 술은 2000종이 넘는다는 거! (쏘리 질러~)👏 너~무 좋은데 다 맛볼 수 있을지 걱정이었던 에디터 홀짝. 하지만 얼마 전, 엄청난 신문물을 발견하고 말았죠. 바로 전.통.술. 구.독. 서비스 

 


 

✅ 집 앞으로 찾아오는 인생술이라고요? 어서오세요!

 

전통주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술담화.  이름도 참 어여쁘죠? 술 + 담화(談話), 이야기를 통해 더 맛있어지는 술이라는 뜻이래요. 전통주 하면 흔히 동동주나 막걸리를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나라 술의 역사는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갈 정도로 깊다는데요. 조선시대엔 집집마다 다른 술을 빚을 정도로 전성기였대요. 그리고 다시 500여 년이 흘러 찾아온 전통주의 전성기! 누구 맘대로 전성기냐고요?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주들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라니, 이게 바로 전성기 & 태평성대 아닌가요 껄껄.🤟

 

 

술담화의 전통주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한 달에 3만 9천 원이면, 술에 진심인 소믈리에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엄선한 전통주들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죠. 배송일은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아무 정보도 없이 서프라이즈로 열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그냥 기다리시면 되고요. 궁금해서 못 참겠다 하는 분들은 술담화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힌트를 보면서 추리를 해볼 수도 있어요.

 

 

 

제가 받을 담화박스의 구성은 탁주, 약주, 증류주의 조합. 다양한 도수도, 그리고 제각각인 실루엣도 아주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렇게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술담화의 10월 담화박스. 첫 만남은 이랬습니다!

 

 

곱다, 고와!😍 정말이지 술병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한참을 바라봤어요. 와인을 마실 때, 눈으로 먼저 맛본다고들 하잖아요. 이번에 알게 됐어요. 전통주는 잔에 따르기도 전에, 병에 든 채로 먼저 맛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또 알게 됐죠. 냉장고에 얌전히 자리한 술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힐링이 된다는걸요.🙌

 

 

 

그런데 잠깐! 담화박스에서 잊지말고 꼭 챙겨야 하는 게 있어요. 바로 함께 들어있는 ‘담화카드'. 각각의 술에 대한 정보와 맛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안주 추천까지, 술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나는 지금 좀 급해서 추천 안주만 알고 싶다' 할 땐, 술 옆에 그려진 그림만 쓰윽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적.셔. 볼까요?🤟

 

 

✅ 어머, 비 온다. 탁주 꺼내야지!

 

저마다 술을 즐기는 방법이나 철학 같은 게 있을 거예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술은 자고로 날씨와 기분이 점지해 준다'고 믿는 편이죠. 그래서, 냉장고에 고이 넣어둔 술을 시시때때로 확인하면서, 좋은 때가 찾아오길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전 알았죠. 탁주를 꺼내는 날이 바로 오늘이구나!🙋‍♂️

 

 

삼양춘 탁주 라이트. '삼양'은 '쌀을 세 번 더하여 빚는다'는 뜻이고요. '춘'은 '술은 겨울에 빚어서 봄에 마셔야 맛있다'는 뜻을 담고 있대요. 청초한 모양에 '라이트'라는 이름까지 붙어있어서 맑고 가벼운 맛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잔에 따르는 순간 느껴지는 이 걸쭉함은 뭐람? '에이~ 그래도 설마 라이트인데' 하면서 꿀꺽 넘겼는데 맛은 또 한 번 반전이었어요.

 

🧐다크초콜릿이 떠오르는 달콤 쌉싸래한 뒷맛에 한참을 음미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곤 담화카드를 다시 한번 읽어봤어요. 삼양춘 탁주 라이트의 도수는 8.5%.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막걸리들보다 2~3%가량 높은 편이지만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넘김 때문인지 더 세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이 술의 고향은 뜻밖에도 인천 남동구에 자리한 송도향 전통 주조. 비 오는 날 잠시 다녀온 인천 양조장 투어였습니다. 

 

 

 사는 게 쉽지 않은 날, 꺼내 먹어요. 이 약주를.  

 

첫 번째 술을 열고 나서 더욱더 높아진 기대감. 하지만 또 꾹 참고 기다렸죠. 술이 맛있는 길일이 찾아오기를. 아침부터 유난히 바쁘고 고단했던 날이었어요. 그런 날엔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잖아요. ‘나는 지금 얼큰한 국물이 당긴다. 그리고 취하고 싶다’ 그렇게 본능이 이끄는 대로 감자탕을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온 날, 냉장고에 고이 키핑해둔 두 번째 술 '용봉약주 오향주'를 꺼냈어요.

 

 

오향주. 다섯 가지 향과 맛이 나는 술. 이거 뭐 이름부터 풍류가 느껴지는데요. 오직 유기농 쌀만 사용하고요. 이 쌀을 다섯 번 더해가며 만드는 ‘오양주 방식'에, 저온 발효와 숙성까지 거쳤대요. 이렇게 담화카드에 적힌 이야기를 읽고 나면 술맛을 더 섬세하게 음미해 보게 되더라고요. 따로 약재가 들어간 게 아닌데도 쌀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맛과 향이 느껴지다니, 신기했어요.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지만 풍미가 강한 음식과 함께 하면 더욱 좋다는 추천이 있어서 감자탕의 짝꿍으로 선택했는데요. 진한 감자탕 맛에도 절대 묻히지 않고 달큰하게 넘어가더라고요. 약주가 뭐 따로 있나요? ‘이렇게 피로를 싸악 풀어주는 술이 바로 약주다’라는 결론을 얻고 행복하게 잠들었답니다.🤪

 

 

✅ 겨울의 문턱에서 참나무 향기 한 모금!

 

‘사실 처음부터 너였어.’ 간질간질한 청춘 로맨스물에서 이런 대사를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아요. 이 대사를 이번 달 세 번째 술이자 마지막 술인 '모리 19'에게 선사하고 싶어요. 담화박스를 열었던 그 순간부터 사실 내 맘속 1등은 너였다고. 

 

 

은은한 황금빛에 왠지 느낌 있는 디자인. 무엇보다 이름이 심상치 않았어요. 모리 19. (저 19는 분명 도수일 거야, 라는 생각에 설렘 2배) '보리가 이롭다'는 뜻을 가진 모리는 땅 좋기로 유명한 전라남도 부안의 찰보리를 증류해 만든 소주예요. 보리는 술을 만들기 직전에 도정하고요. 보리소주 최초로 오크 숙성을 해서 참나무 향과 색이 은은하게 배이도록 했대요. 이런 설명을 읽고서 마셨는데도 깜짝 놀랐어요. 뭐지, 진짜 위스키 향기잖아?😱

 

출발은 분명 전라남도 부안에서 했거든요. 담백한 보리차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단맛과 구수함이 먼저 입에 닿았죠. 도수에 비해 쓴맛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네, 하고 삼켰는데 갑자기 저 멀리 위스키의 본고장이라는 스코틀랜드, 아니 그보다 더 북쪽에 있는 하이랜드가 스쳐 지나가는 거 아니겠어요. 보리소주에서 느껴지는 향긋한 바닐라 향이라니!!!😵‍💫

 

자 여러분, 전라북도 부안과 스코틀랜드를 빠르게 왕복하고 싶다면 이 술을 드셔보세요. 하지만 아무리 술술 넘어가도 19%나 되는 술이라는 건 잊지 마시고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 맘속 1등은 모리19.

 


✅ 이것이 K-풍류다


아, 이렇게 쭈욱 돌아보니 참으로 흐뭇한 한 달이었네요.🙆‍♂️ 사실 처음부터 맘에 들 줄은 알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생각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놀라운 전통주의 세계에 눈이 번쩍하더라고요.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빚어낸 술과 함께 익어가는 겨울밤. 다음 달엔 또 어떤 신세계가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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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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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홀짝

대체로 집에 머물지만, 가끔은 아주 멀리 떠나는 사람. 지도를 열심히 보지만,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사람. 원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술을 마셔보는 것.